일상

성공적인 UI 패러디를 위한 미국 저작권법 구경하기

tensornova 2022. 10. 9. 15:11

22/10/08 기준 제가 판매하는 패러디 스킨은 총 둘이었습니다. 각각 windows 98과 twitter을 패러디했는데, 업로드하고 2주 정도인가 지나서 ui 무단 사용을 문제시하는 트윗을 보게 되었어요. 그래서 어디까지가 패러디인가에 대해 더 잘 알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우선 저는 개발 주체가 미국을 배경으로 한 회사들의 상품을 패러디했습니다. 법적인 문제에 휘말리는 것을 걱정하기보다도 훨씬 우선적으로 원저작자의 의도와 예상을 지키려고 하고 (윤리!) 그들이 어디까지를 패러디라고 생각할지도 소속 국가의 분위기에 달렸을 것이며, 이를 바로 알기 위한 좋은 방법 중 하나는 판례 찾기와 그 판례에 대한 대중의 반응 보기라고 판단했기 때문에 이 글 또한 유명한 미국 판례를 중심으로 쓰입니다.

 

이 글은 법적인 검토를 받지 않았습니다.

 

배경지식

이 주제의 이해를 도울 개념과 판례들을 소개합니다.

 

특허와 저작권

둘은 다릅니다. 특허는 기술과 기능, 저작권은 예술에 대한 개념에 가깝습니다. 

 

UI의 특허와 저작권

  1. 그래서 ui를 포괄하면 기능과 예술, 특허와 저작권 양쪽 모두에 포함되는 경우가 많더라고요.
  2. 사실 현실적으로 ui는 아직까지 저작권과 특허 어디에도 등록되지 못한 경우가 더 많기도 합니다. ui에 대한 저작권과 특허 개념은 상당히 최근에 생긴 것으로 파악됩니다. 그리고 그 기준이 많이 두리뭉실하기도 하고, 어떤 기업들은 봐주는 경향을 보이는 것 같기도 해요.
  3. 저작권이 무엇인지는 다들 언뜻 인식하고 있겠지만 미국 저작권법에 있는 공정 이용의 개념은 어색할 거라고 생각해서 이걸 중점적으로 소개하기로 했어요. 또 먼저 공정 이용에 대해 이야기하고, 특허 탐방은 다음 글에 쓰려고 해요.

 

공정 이용

공정 이용fair use은 표현의 자유를 위한 개념이며, 저작권으로 보호받는 대상을 허락 없이 이용할 수 있도록 하는 법 원칙입니다. [각주:1] :

  1. 이용의 목적과 성격 (상업적 사용 및 교육 목적의 비영리적 사용을 모두 포함)
    비영리적일수록 공정하다고 여겨집니다. 하지만 모든 비영리적 사용이 공정하고 모든 영리적인 사용이 공정하지 않은 것은 아니에요. 판단은 이 아래의 문단들을 충분히 고려해 결정됩니다. 
  2. 원저작물의 성격
    그림, 소설, 노래처럼 창의와 상상이 요구되는 대상을 사용할수록 공정 이용에서 멀어지며 기술적 문서나 뉴스 소재 같은 경우에는 그 반대입니다. 특히 아직 출판되지 않은 대상을 사용할 때 덜 공정하다고 해요.
  3. 원저작물과의 유사성, 원저작물이 사용된 비율
    질과 양을 모두 봅니다. 적은 비율을 사용할수록 공정하다고 판단될 때가 많지만, 꼭 그런 것은 아니라서 저작물 전부를 사용했는데도 공정하다는 판결이 나오거나, 작은 비율을 사용하더라도 아주 중요한 핵심만을 사용한다면 공정하지 않다고 판단되기도 해요.
  4. 시장에서의 파급력
    저작자의 현재 및 미래 시장을 얼마나 침해하고 있는지도 중요해요. 

이 아래부터의 미국 판례 양상 분석 및 개념 정리 대부분은 인용입니다[각주:2]

 

실제로는 많은 사례에서 변형적 이용에 해당하는지 여부가 공정이용 여부의 판단에 있어 결정적인 역할을 수행하는 양상이라고 해요. 예를 들어 Campbell 사건 등 유명한 판례에서 원저작물의 이용이 상업적인가 자체로는 공정 이용에 대해 판단할 수 없다고 분명히 하고 있어요.

변형적 이용이란, 원저작물을 이용한 결과물이 단순히 원저작물을 대체하는 수준을 넘어, 원저작물에서 찾아볼 수 없는 새로운 표현이나 의미 또는 메시지를 추가함으로써 원저작물과는 다른 별개의 목적이나 성격을 갖기에 이르는 것을 의미해요. ‘과학과 유용한 기술의 발전을 증진시킨다(to promote the progress of science and useful arts)’는 연방 저작권법의 목적이 바로 공정 이용이 보호하고자 하는 행위 양태이며 공정 이용의 핵심적인 요소입니다.

미국 법원에서 변형적 이용이라고 인정된 사례는 크게 두 부류로 나누어 볼 수 있습니다. 패러디를 포함하여 원저작물을 비평의 대상으로 삼은 경우, 또 원저작물을 다른 목적·기능에 제공하기 위해 이용한 경우입니다. 또 원저작물의 이용이 변형적 이용에 해당한다고 인정되기 위해서는, 원저작물의 내용이나 형태를 실제로 변형시켰는지 여부보다도 원저작물을 다른 의도나 목적으로 이용하였는지 여부가 더욱 중요하다고 볼 수 있어요.

 

예시 판례들 :

더보기

변형적 사용이 인정된 경우:

  1. Perfect 10 사건 - 원고는 인터넷을 통해 누드 사진을 판매하는 사업을 영위하고 있었는데, 일부 웹사이트 운영자들이 원고의 사진을 자신들이 운영하는 웹사이트에 무단으로 게재했다. 이로 인해 원고의 사진을 검색하는 경우 검색 엔진이 자동적으로 원고 사진의 썸네일을 출력하고 무단 게재된 웹사이트 주소로 연결시키게 되었다. 제9순회항소법원은, 검색 엔진의 썸네일 이미지는 인터넷상의 정보를 검색하기 위한 것이므로 원저작물과 다른 기능을 수행한다는 점에서 고도의 변형적 이용에 해당한다고 판시하였다. (원본사진의 심미적·예술적 기능과 달리 인터넷상의 접속을 용이하게 하는 기능을 수행)
  2. Los Angeles News Service 사건 - 피고는 원고의 뉴스 자료 영상 일부를 다른 자료들과 합성하여 재판에 관한 프로그램 소개 영상을 제작했다. 제9순회항소법원은, 피고의 영상이 드라마틱한 효과를 위해 편집되었고, 단순한 복제가 아닌 창작의 요소를 포함하고 있으며, 뉴스 전달 이외의 목적을 가지고 있다는 등의 이유로, 그것이 변형적 이용에 해당한다고 판단하였다.

 

변형적 사용이 인정되지 않은 경우:

  1. Castle Rock 사건, RDR Books 사건, Salinger 사건 (각각 기존 소설 등 작품에 대한 팬 퀴즈집, 팬 용어집, 팬픽)
  2. Friedman 사건 - 피고는 원고가 촬영한 유명 힙합 그룹의 사진 중 배경을 없애고 인물 부분의 외곽선만 남겨 두는 등의 방법으로 원고의 사진을 변형하여 새로운 이미지를 창작하였다. 캘리포니아주 중부지방법원은, 피고가 창작한 이미지에는 원고의 사진에 대한 비평이 없고, 비록 표현 방법이나 매개체가 달라졌다고 하더라도 피고가 원고 사진에서 인물 부분을 차용한 것 자체는 변형적 이용이라고 할 수 있을 정도로 특별히 새롭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하였다.
  3. Cariou 사건 - 피고는 원고의 사진들을 패러디하여 사진집을 제작하였다. 뉴욕주 남부지방법원은, ‘공정이 용으로 인정되기 위해서는 원작을 평가하는 동시에 원작의 창작 목적과는 명백히 다른 새로운 목적을 가진 작품을 창조하여야 하는 것으로서 단순한 변형을 통한 예술적 가치의 증진만으로는 공정이용으로 인정될 수 없다’는 전제 하에, 피고의 사진에는 원고의 사진과 특별히 다른 메시지가 담겨 있지 않을 뿐만 아니라 피고가 원고의 사진에 대한 평가를 시도한 것도 아니라는 이유에서, 피고의 사진은 변형적 이용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하였다.

 

다음으로, 원저작물 발행은 공정이용의 성립에 유리한 요소로 작용합니다. (원저작물을 원저작자보다 더 최초로 이용하거나 대중에게 알리는 사람이 되지 않는 것) 또한 원저작물이 발행되었으나 이후 절판되어 더 이상 공중에 제공되지 않고 있다는 사정 역시 공정이용의 성립에 유리한 요소가 됩니다.

 

내린 결론

windows98 패러디는 대체로 유지하고 twitter 패러디는 내립니다.

 

* 아래 내용은 법리적 해석이 아닙니다. 단지 제게 무엇이 옳은지 판단하고 제 패러디의 원저작자가 제 저작물을 어떻게 볼지 생각해본 다음 이들을 반영한 개인적인 내용입니다.

tensor98은 windows98과 꽤 다른 목적으로 제공되고 있어요. 컴퓨터 ui로 쓰이고 있음은 같지만 OS가 아니라 블로깅을 위한 것이며 이미 절판된 제품의 ui입니다. 다만 최소한, 패러디 작품임을 더욱 확실히 명시하기 위해 조금 더 성의를 보이려고 합니다...

 

반면에 twitter과 tistory는 모두 SNS입니다. 충분히 변형적이지 않아서 패러디가 제대로 되지도 않았고, twitter 식의 글을 작성하고 SNS 및 블로깅을 하고 싶을 때 twitter을 하면 그만입니다. twitter 식으로 둥근 프로필이 나오는 플로팅 게시판 형태 자체는 흔하지만, 지금 제가 배포한 스킨은 기능 및 목적을 넘어 색감과 디자인 면에서도 twitter과 너무 비슷합니다. 심지어 twitter은 라이브 서비스 중이기 때문에 twitter 패러디를 통해 이득을 취하는 건 그리 좋은 행동이 아니라고 판단했어요. 같은 타임라인 형식이라도 더 귀엽고 훨씬 차별화된 스킨으로 다시 찾아뵙겠습니다.

조금이나마 팔릴 줄도 모르고 만들었으니 올렸다가 여러가지를 배우고 내리게 되어 다행입니다. 감사하고 죄송했습니다.

 

마지막으로 이 이슈를 접한 처음부터 지금까지 변하지 않는 제 의견을 적습니다. 패러디는 넓은 범위에서 인정되어야 합니다. 어떤 ui는 이제 '공용 앞마당'이 되었습니다. 공용 추억, 공용 책상 위 선인장입니다. (비록 저는 그때 없었지만) windows 98은 모두의 추억이고 (웃음) twitter는 지금까지도 '공용 앞마당'입니다. 우리는 이를 어느 정도 공유하고 추억할 수 있어야 합니다. 물론 어디까지나 윤리적인 선에서요. 

  1. 이 파트의 대부분이 미국 특허청 웹을 참고했습니다. [본문으로]
  2. 송재섭. (2012). 미국 연방 저작권법상 공정이용 판단 요소의 적용 사례 분석. 계간 저작권, 25(2), 4-44. [본문으로]